Workwear
AI 하는 사람들이 티셔츠를 만들게 된 이유
"AI 회사가 왜 옷을 만들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옷이 먼저 필요했습니다. 하루 10시간 키보드 앞에 있고, 걷기 회의를 하고, 그대로 저녁 약속에 가는 생활을 하다 보니 맞는 옷이 시장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만들기 시작한 게 APE-T가 됐습니다.
앉아 있는 몸의 옷
워크웨어의 역사는 몸 쓰는 노동의 역사였습니다. 데님도 초어 재킷도 공장과 농장에서 왔고요. 그런데 지금 제일 흔한 노동은 앉아서 생각하는 노동인데, 이 노동의 옷 문제는 아무도 정리를 안 해놨습니다.
- 팔을 책상에 올린 자세에서 어깨선이 당기는 티셔츠
- 에어컨 아래에서는 춥고 걷기 회의에서는 더운 온도 문제
- 화상 미팅 카메라에 후줄근하게 잡히는 넥라인
- 세탁 반복하면 목이 늘어나서 '집 옷'이 되는 수명 문제
그래서 기획 문서 첫 줄을 이렇게 썼습니다. "키보드 앞 10시간, 걷기 회의 30분, 저녁 약속까지 갈아입지 않고 통과하는 하루."
샘플 1번은 어깨 때문에 버렸습니다
첫 샘플은 평범하게 좋은 티셔츠였습니다. 문제는 서 있는 자세 기준으로 패턴을 떴다는 거였습니다. 6명이 2주 입어봤는데 제일 많이 나온 불만이 "오후가 되면 어깨가 피로하다"였습니다.
그래서 팔을 15도 앞으로 올린 자세, 그러니까 타이핑 자세를 기본형으로 어깨 패턴을 다시 떴습니다. 서 있을 때 아주 미세하게 여유가 생기는 대신 책상 자세에서 당김이 사라졌습니다. 앉아 있는 시간이 더 긴 사람의 옷이니까 이 트레이드오프가 맞다고 봤습니다.
샘플 2번은 원단 때문에 버렸습니다
두 번째는 두툼한 코튼 헤비웨이트였습니다. 형태는 좋았는데 "걷기 회의 다녀오면 땀이 안 마른다"는 피드백이 나왔습니다. 사무실 26도, 바깥 이동, 다시 에어컨 — 이 사이클에서 면 100%는 젖은 채로 하루를 보내게 되더라고요.
리커버리 얀을 섞은 코튼 혼방으로 바꿨습니다. 손에 닿는 감촉은 면 쪽으로, 건조 속도와 넥라인 복원력은 기능성 쪽으로. 세탁 30회 돌려보고 넥라인 변형이 눈에 안 띄는 걸 확인한 뒤에 확정했습니다. 그 기록은 퍼포먼스 티 페이지 스펙에 들어가 있습니다.
샘플 3번에서 그래픽을 정했습니다
마지막 논쟁은 그래픽이었습니다. 절반은 가슴에 로고를 크게 넣자고 했고, 절반은 무지에 가깝게 가자고 했습니다. 결론은 왼가슴의 작은 시그니처 하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화상 미팅과 저녁 약속을 한 벌로 통과하려면 옷이 시끄러우면 안 됩니다. 하고 싶은 말은 글로 하면 되니까요. 이 결정이 그대로 라인 전체의 그래픽 원칙이 됐습니다.
이름을 워크웨어로 지킨 이유
기능성 티셔츠, 오피스웨어 — 다른 후보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워크웨어를 고집한 건, 일하는 사람의 옷은 언제나 일의 형태를 따라왔기 때문입니다. 데님이 광부의 옷이었다면, 생각하는 노동에도 그 계보의 자리가 하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라인업과 다음
- Performance Tee — 위의 3번 샘플이 그대로 제품이 됐습니다 (보기)
- Technical Shell Jacket — 장마 통근을 기준 환경으로 개발한 3L 셸 (필드 테스트 기록)
- Utility Cargo / Signature Cap — 걷기 회의와 이동용
다음은 긴팔 히트관리 티(가을)와 스탠딩 데스크용 니트를 실험 중입니다. 착용 테스트는 뉴스레터로 먼저 모집합니다. 매일 입지 않을 옷은 팔지 않는다는 원칙은 라인이 커져도 유지할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