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lness
AI를 쓰면 쓸수록, 지켜야 할 게 생겼습니다
웰니스라는 단어를 별로 안 좋아했습니다. 스파, 영양제, 명상 앱 구독 같은 게 먼저 떠올라서요. 그런데 AI를 일과 일상에 깊게 들일수록 질문이 하나 계속 남았습니다. 도구가 점점 많은 걸 대신해줄 때, 나는 뭘 지켜야 하지?
1년 정도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정리된 것들을 적어봅니다. 이론이 아니라 저희가 실제로 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주의력이 예산이라는 걸 늦게 알았습니다
AI 도구의 숨은 비용은 구독료가 아니라 전환 비용이었습니다. 요약 봇, 알림, 추천 피드. 하나하나는 편리한데, 합쳐지니까 하루가 30초 단위로 조각나 있더라고요.
그래서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 새 도구를 설치하면 알림을 전부 끄고 시작합니다. 필요성이 증명된 것만 하나씩 켭니다. 반대로 하면 절대 못 줄입니다. 해봐서 압니다.
- 에이전트가 만든 초안이나 요약은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않고 하루 두 번, 11시와 16시에 몰아서 봅니다. 에이전트는 기다릴 수 있는데 몰입은 못 기다리니까요.
- 아침 첫 90분은 아무것도 안 읽습니다. 피드도, 브리핑도, 메일 요약도요. 가장 어려운 일 하나를 먼저 합니다.
쓰던 근육이 줄어드는 게 느껴졌습니다
계산기가 암산을 가져갔던 것처럼, LLM이 초안 쓰기, 요약하기, 기억하기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들이 판단력의 기초 체력이라는 거였습니다. 어느 순간 AI 없이 문서 첫 문장을 못 쓰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 그 뒤로 중요한 문서는 10분이라도 제 문장으로 먼저 쓰고 나서 다듬게 시킵니다. 순서를 바꾸면 제 생각이 아니라 모델의 평균적인 생각에 수렴하더라고요.
- 금요일 회고는 AI 요약 없이 씁니다. 내가 뭘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용도입니다.
- AI의 답이 그럴듯할수록 "내가 이걸 검증할 수 있나?"를 적어둡니다. 검증 못 하는 지식이 쌓이는 속도가 곧 위험이 쌓이는 속도라서요.
몸은 여전히 아날로그입니다
판단력이 수면, 혈당, 움직임의 함수라는 건 AI가 바꿔주지 못했습니다.
- 1:1 미팅의 절반은 걸으면서 합니다. 음성 메모가 알아서 정리해주니까 노트북이 필요 없어졌습니다. 기술이 몸을 움직이게 해준 드문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 손을 쓰는 취미를 하나씩 유지합니다. 목공, 필름 카메라, 러닝 같은 것들이요. 뭐든 순식간에 생성되는 시대라, 느리게 만드는 감각이 없으면 균형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웨어러블 수면 점수는 안 봅니다. 점수 때문에 아침 기분이 망가지는 게 싫어서, 주 단위 추세만 봅니다.
여기부터는 자동화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경계선이 필요했습니다. 저희가 정한 금지 목록은 이렇습니다.
- 축하, 사과, 감사 메시지는 AI 초안을 안 씁니다. 어색해도 제 문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 갈등 상황의 메시지를 "더 부드럽게" 다듬어달라고 안 시킵니다. 부드러운 문장보다 정확한 마음이 먼저라서요.
- 친구 근황 통화 10분을 3줄 요약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함정 같습니다.
그래서 웰니스가 뭐냐면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게 됐습니다. 도구에게 작업은 넘기되, 주도권은 넘기지 않는 상태.
측정도 해봅니다. 한 달에 한 번, 세 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 지난달보다 이어진 몰입 시간이 늘었나, 줄었나?
- AI 없이는 못 하는 일이 생겼나? 그건 의도한 위임인가, 어느새 생긴 의존인가?
- 몸을 움직인 시간과 화면 본 시간의 비율은?
이 세 개에 담담하게 답할 수 있으면 도구를 몇 개 쓰든 괜찮은 것 같습니다. 결국 도구를 줄이는 게 아니라 기준을 갖는 문제였습니다.
다음 글은 실천편입니다 — 알림 제로 2주 프로토콜. 하루 전체가 궁금하시면 시간표 공개 글도 있습니다. 질문은 hello@ape.team으로 주시면 됩니다.




